10월 11일 배란일
야즈정을 끊으니 배란통 다시 시작됨
너무 싫다 ㅠㅠ
10월 12일 월요일
좀 감성적이긴 한데 세상이랑 좀 더 연결된 느낌이 든다.
그전에는 나 혼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좀 흐리멍텅하고 정보가 뇌에 꽂히는 게 아니라 튕겨나가는 나낌이었다.
음... 예쁜 꽃을 봐도 좀 더 선명하고 쨍하고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뇌리에 더 팍! 꽂히는 느낌?
아 내가 현실에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 표현이 잘 안된다.
운동이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만 하고 아기 어린이집 보내놓고 집에 드러누워서 쳐져 있었는데 요즘은 동네 한 바퀴라도 돌게 된다.
이건 우울증 약 덕분일까?
그리고 하루가 좀 더 길어진 느낌이다.
도토리한테 좀 더 좋은 삶을 주기 위해서라도 힘내자!
10월 14일
병원에서 큰 부작용 없으니 용량을 올려보자고 하셔서 메디키넷리타드 20 mg으로 타왔다.
산도스설트랄린정은 원래 반알이었는데 한알로.
이제 정상용량인듯
내일 먹어보고 또 투약기 써야겠다.
우울증이랑 성인adhd약을 같이 먹으면서 한 3일동안은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약을 먹으며 생각을 깊게 하게 되면서 오히려 고민이 생겼다.
나는 항상 대충 살아왔고 대충 산 것에 비하면 운이 좋게도 그럭저럭 좋은 삶을 살아왔다.
원래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산다면 그냥 행복하겠지만 앞으로 뭘 하고 살지 고민을 해보게 됐는데 그 과정이 너무 괴로웠다.
뭔가를 쟁취하려는 노력이라는 걸 해 본 기억이 잘 없어서 감도 안 오고 뭐부터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괴롭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다 이 괴로움을 겪고 딛고 올라서면서 한 단계 더 발전했을 텐데
난 그냥 외면하고 피하면서 머릿속이 꽃밭인 채로 살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먹은 약이 다른 고민을 던져주었다. 그래도 이건 건강한 괴로움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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