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성인ADHD 치료 투약기

우울증, 성인 adhd약 단약 5개월차,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버니봄 2025. 1. 2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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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 우울증과 성인 ADHD 약을 끊었다.
끊은 지 오래된 것 같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변한 것 같기도 하고, 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단약 후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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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인 ADHD 약을 끊고 난 후 변화


ADHD 약은 필요할 때만 복용했었고, 먹으면 즉시 효과가 나타나 4시간 정도 유지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5개월간의 단약으로 인한 증상이 특별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① 집중력과 루틴의 변화

약을 먹었을 때는 집중력이 높아지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게을러진 느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약을 복용할 때 만들어둔 루틴이 몸에 익어서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환기, 침대 정리, 남편과 아이를 회사·유치원에 보낸 후 청소와 설거지를 하는 습관이 남아 있다.
물론 약을 먹을 때처럼 각성 상태가 아니어서 열정이 넘치지는 않는다.
최대한 미루다가 겨우 시작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루틴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② 덜렁거림과 기억력 변화

다시 자주 부딪히고, 물건을 잘 떨어뜨리거나 어디에 뒀는지 기억을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런 사소한 실수들은 ADHD 증상 중 하나인데, 약을 끊으면서 다시 늘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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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울증 약을 끊고 난 후 변화


우울증 약을 처음 복용한 이유는 산후우울증 때문이었다.
하지만 병원 상담 결과, 기질적으로 우울한 편이며 어릴 때부터 만성 우울증이 지속된 상태라는 걸 알게 됐다.

어릴 적 우울했던 이유는 부모님의 불화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부모님이 화해하면서 원인이 사라졌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이제 내 아이가 내 우울함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① 사람들과의 관계 변화

단약 전에는 약속이 빼곡했고,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하지만 단약 3개월 차였던 11월부터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아졌고, 약속이 줄어들었다.
1월부터는 주변에서 불러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일이 많아졌다.


비교해서 보니 더 극단적이네...

 



② 남편과의 관계 변화

약을 끊은 것과 비슷한 시기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남편과 크게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약을 계속 먹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싸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크게 한번 싸우고 해소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③ 감정 기복과 스트레스 변화

우울증 약을 복용할 때는 감정이 무뎌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덜 신경 쓰게 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과의 만남에서 “저 사람 왜 저러지?”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극단적으로 흘러가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주변 사람들은 지금이 더 좋아 보인다고 말한다.
그전에는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영혼이 없어 보였다고 한다.

재미있는건, MBTI도 바뀌었다. 원래는 INFP였는데 약을 먹을 땐 극S,T인 ISTP였다. 약을 끊은 지금은 INTP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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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육아 방식의 변화


약을 먹을 때는 아이가 뭘 해도 화가 덜 났다.
그러다 보니 훈육을 덜 하게 되고, 그게 아이의 문제 행동과 연결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반면, 약을 끊고 난 후에는 감정적인 화가 많아졌고, 훈육을 더 강하게 하게 되었다.
물론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지만,
문제 행동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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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단약 후의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


병원에서는 약 용량이 낮으니 계속 복용하라고 권했었다.
하지만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단약을 결정했다.

현재 단약 5개월 차.
약을 끊은 게 잘한 선택인지, 아니면 다시 복용해야 하는지 아직은 확신이 없다.

마인드컨트롤 방법을 자주 찾아보고 책도 읽고 있지만, 아직도 건드려지는 부분이 있으면 생각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이 부분을 제일 그만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앞으로도 내 상태를 계속 점검하면서
지금의 선택이 나에게 맞는지, 다시 복용이 필요한지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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